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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의 연구_야마모토 시치헤이
    팔방/흔해빠진 독서 2021. 1. 22. 02:01

    일본에 있을 때, 쿠우키가 중요하다는 말을 종종 들어보았는데 이 책은 일본 사회에서 공기가 어떤 존재인지를 답해준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분위기, 또는 눈치(?)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실제로 공기를 읽지 못한다는 말은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는 말과도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일본 사회에서는 공기가 더 확장된 의미를 가지는데 저자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기가 미치는 역할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앞선 일본사회의 의사결정 연구를 '공기'의 연구로, 책의 후반부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물=통상성'의 연구로 명명한다. 

    요약하면 '공기'는 일본 사회 내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법칙과도 같은데, 저자는 공기가 어떻게 생겨나며 사라지는 지, 그리고 이 공기가 어떻게 일본 사회를 지배하는지를 설명한다. 가령, '그때의 공기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정책결정자의 말은 객관적인 데이터보다 우선시 되는 '공기'에 따른 결정 과정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공기에 의해 강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사용하는 '임재감적 판단'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임재감적 판단은 사물을 단순히 그 사물 자체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무언가가 깃들어 있다'고 파악하는 관념을 말한다. 즉, 뼈 발굴에 참여했던 서양인과 달리 일본인이 뼈를 터부시 하였던 것과 같이 뼈라는 물질에 부여했던 상징체가 즉 임재감적 파악의 기본형이다.(p.22)  한편,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기의 경우, 임재감이 특정한 저의를 가지고 인위적으로 조성되기도 한다. 

    임재감적 파악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감정이입의 절대화를 필요조건으로 한다. 즉, 물질에 감정이입을 절대화하여 그것을 감정이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감정 이입의 절대화 이루어지고 그것을 방해하는 장애물 또는 방해한다고 상상하는 대상을 악으로 간주하면서 배제시키려는 심리적 상태, 이것이 대상을 임재감적으로 파악하는 것, 말하자면 '물신화와 대상의 지배'의 기초라고 볼 수 있다.

    가령 A->B 라는 임재감적 파악이 이루어진다면 A&~B가 되는 상황에 대해서 부정적인 가치판단을 하고, 이것을 배제시키려는 심리적 상대를 감정이입의 절대화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A&~B 상황을 배제하고 A&B의 상황을 만드려는 공기가 작동하게 된다. 가령, 인큐베이터의 아이가 추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선의로 손난로를 집어넣어 아이가 죽었다면' 여기서 선의의 행동은 올바르다. 라는 임재감적 파악이 존재하기 때문에 '선의로 손난로를 집어넣어도 갓난아기가 죽지 않는 인큐베이터를 만들지 않는 사회가 나쁘다'는 주장이 도출될 것이다.  A->B라는 임재감적 판단이 이루어지는 배경은 '빙의하기'에서 비롯된다. 역사적 기원을 통해 볼 때, 카드뮴, 공해사건과 같이 단기적으로 형성되는 경우도 있고 장기적으로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공기의 지배체제를 '허구의 세계', '허구 속에서 진실을 찾는 사회'이고 그것이 하나의 체제로 굳어진 '허구의 지배기구'라고 부른다. 통상성에 바탕을 둔 하나의 질서를 성립시키는 해답은 공기의 조성과 그것을 유지시켜주는 진실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극장 같은 폐쇄성'을 지여야만 하고 집단은 폐쇄 집단이 되어 일본 전체에 이런 질서를 적용하자면 필연적으로 쇄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가령 현인신을 믿는 일본에서 신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있지만 벌거 벗은 임금님처럼 모두가 연극에 참여한다면 그 허구 속에서 덴노라는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모두가 허구라는 것을 알기에 어찌보면 일본에서 진화론과 현인신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ㅋㅋㅋ 

    원인분석과 같이 해결책은 허구를 깰 수 있는 '찬물을 들이붙는 것'인데 즉, 적당히 눈치 없는 사람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느낌 :

    - 저자의 사고의 흐름이 책에 반영된 느낌이라서 굳이 이런 내용도 들어가나 하는 부분이 있었다. 다만, 내가 흐름을 잘 못잡아서 드는 생각일 가능성도... 

    - 공기의 연구를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읽었다?는 퀘스트를 깬 것만 같은 느낌.. 

     - 찬물을 부을 수 있는 사람이 일본에서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 그 공기의 무게에 저항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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