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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한독 주니어포럼 참가 후기하루의 끝에서 2019. 9. 30. 19:16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정치학과
장 도경
‘가을 무렵 꿈을 꾼 것 같다.’ 포럼의 공식 일정이 끝나고 한 독일 친구가 건넨 말입니다. 저 역시 꿈을 꾼 듯, 포럼의 감흥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포럼 기간동안 독일이라는 나라에 매료된 것도 한 이유지만, 친구들과 많은 정이 들었기에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마주하기가 어려웠습니다.
10일간의 포럼은 리더십 트레이닝과 본 포럼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리더십 트레이닝 과정에서는 구(舊)동독 및 현(現)독일의 정치계 인사를 만나 뵙고 독일의 역사, 문화,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주제로 대화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또한, 구동독의 정치범 수용소, 베를린 장벽 기념관에서 역사의 현장의 있었던 분들을 만나 뵙고, 증언을 통해 당시의 역사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리더십 트레이닝 과정 중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알찬 프로그램의 구성에도 있었지만, 독일 친구들과 교류하며 친목을 다질 수 있었던 부분입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온 플라밍고 데이비드는 포럼이 끝날 때쯤, 플라밍고의 밍에서 ‘명(明)’이라는 성을 데이비드에서 ‘대식(大植)’이라는 그럴듯한 한국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식이의 한국어 선생님으로 포럼이 끝난 지금도 한글을 알려주며 연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제 나이를 듣고 믿을 수 없다며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했던 친구는 알고 보니 저와 생일이 똑같았고, 이런 인연이 또 없다며 한국에서 다시 만날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독일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독재정치에 관해서 연구하는 친구,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는 친구와 같이 한국의 역사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저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고,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이 저를 포함해서 모두 석사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거대한 지식 앞에 한없이 초라한 석사생들의 애환에 공감하며, 지식의 생산자로 거듭나기 위해서 지식의 습득자로서의 석사과정을 잘 마치자는 굳은 결의를 했던 것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밖에도 독일 친구를 따라 한국에서도 가보지 못했던 교회를 따라갔는데 알고 보니 한인교회를 다니고 있어서 놀랐던 기억과 베를린에서 10년 가까이 살았지만 한 번도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 그 친구를 데리고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을 데리고 간 일, 등 수많은 에피소드는 이번 포럼의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고 고민하는 부분이 비슷하였기에 즐거운 소통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본 포럼에서는 시니어 포럼의 주제인 ‘디지털화와 인공지능’, ‘에너지정책과 기후위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과거사 기억과 정리’, ‘사회적 기회균등’에 대해 주니어들끼리 토론하고 이를 시니어 포럼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본 포럼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두 가지인데, 우선 공공외교적 관점에서 한국과 독일이 양국을 굉장히 매력적인 국가로 간주하고 있음을 알게 된 부분이었습니다. 공공외교의 핵심을 일국의 정부가 타국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할 때, 독재와 분단의 역사, 그리고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유사한 역사 경로와 더불어 통일 후 사회통합의 문제에 직면했던 독일과 통일 전 사회통합의 문제에 놓인 한국의 상황은 양국이 유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나아가 교류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야하는 동반자로 양국을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과 타국의 많은 시니어 포럼이 존재하지만, 한독주니어포럼과 같이 주니어포럼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포럼은 한독주니어포럼이 유일하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세대에 한독 양국이 협력이 필요하고, 양국의 젊은 청년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포럼은 여러 친구들과 교류하며 양국의 현안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을 솔직하게 개진하고 소통할 수 있어서 너무나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지속해서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강화하며 서로 간의 우정을 키워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로, 본 포럼 동안 한국 공공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도 고민해보게 된 것 같습니다. 한 나라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핵심은 타국 국민에게 본국의 매력을 설득하는 과정에도 있겠지만, 자신들의 연성 권력(Soft Power)을 매력적으로 키우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에 왔을 때, 독일은 왜 공공외교의 강국으로 거듭나게 되었는지 줄곧 생각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주변국을 설득하며 평화적 통일을 이루고, 독재 및 전범국의 과거사 청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역사가 한 축에 있고, 탄탄한 제조업을 바탕으로함과 동시에 4차 산업의 태동지로서 기술 강국인 독일의 매력이 다른 한 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축을 바탕으로 독일은 독일만의 매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공공외교의 방향성도 한국만의 틈새 매력을 고민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포럼이 끝난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포럼의 감흥에 취해있는 것 같습니다. 포럼에 대한 후기를 쓰고 있자니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게 되고,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하며 어떤 추억을 만들지 설레기 시작합니다. 한독주니어포럼에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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